– 샅바 없는 씨름의 실체 복원… 이북도민체육회 정가맹 종목 승인 쾌거 – 송창렬·오진환 선생으로 이어지는 개성 지역 전승 계보 체계화
(김민정 기자)= 한국인에게 씨름은 곧 ‘샅바’를 의미한다. 하지만 샅바라는 도구가 정착되기 이전, 우리 조상들이 몸과 몸으로 직접 맞붙었던 씨름의 원형이 있었다. 바로 민둥씨름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점차 자취를 감췄던 이 전통 씨름이 최근 송준호 선생의 끈질긴 추적과 복원 노력 끝에 현대 체육의 영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 흩어진 기록과 증언을 모으다
송준호 선생이 민둥씨름 복원에 뛰어든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전통 무예 ‘수박(手搏)’의 전승 과정을 연구하던 중, 수박의 기술 체계 안에 샅바 없이 상대를 제압하는 씨름의 원형이 깊게 박혀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1919년 개성 출생인 오진환 선생과 수박 계승자 고(故) 송창렬 옹으로 이어지는 구전 증언과 실기(實技)를 바탕으로 민둥씨름의 계보를 정리했다. 또한,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촬영, 1930년대 함경도 지역에서 촬영된 민둥씨름 영상들과 북한 민속학자 홍기무의 기록 등을 교차 검증하며 ‘민둥씨름’이 단순한 장난이 아닌, 정교한 기술 체계를 갖춘 독립적 전승 형태임을 입증해냈다.
■ 1940년 기술 체계의 현대적 재해석
조선일보 자료
송 선생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기술의 체계화다. 그는 1940년대 신문 자료에 기록된 씨름의 기본형(배재기형, 거리형, 치게형, 손잡이형)을 분석하여, 이 기술들이 샅바 없이도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상대의 다리를 직접 잡아채거나 중심을 무너뜨리는 ‘손잡이형’ 기술은 민둥씨름이 지닌 실전성을 잘 보여준다.
그는 “씨름의 본질은 도구(샅바)가 아니라 신체 제어 기술에 있다”며, 민둥씨름이야말로 한국 씨름이 가진 다양성과 역사성을 보여주는 핵심 자산임을 강조해 왔다.
■ 제도권 진입과 새로운 시작
이러한 송준호 선생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26년 3월 14일, 이북도민체육회는 민둥씨름을 정가맹 종목으로 공식 승인했다. 이는 민둥씨름이 단순한 민속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학술 연구와 교육, 그리고 대회가 가능한 공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송 선생은 현재 이북도민체육회 사무총장으로서 민둥씨름의 표준 규칙을 제정하고, 후진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 “전통은 현재와 호흡할 때 가치가 있다”
송준호 선생은 이번 종목 승인에 대해 “민둥씨름은 사라진 전통이 아니라,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씨름의 또 다른 얼굴”이라며, “앞으로 정기적인 대회와 학술 대회를 통해 민둥씨름이 한국 씨름의 외연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잊혀질 뻔한 우리 민족의 기상과 기술을 온몸으로 지켜온 송준호 선생. 그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민둥씨름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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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ost was last modified on 2026년 04월 24일 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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