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문 사료가 증명하는 4대 기술 체계: 배재기·거리·치게·손잡이형
– 샅바 없이도 성립하는 ‘신체 제어’의 정점
(김민정 기자)= 씨름의 기원을 파악하는 가장 강력한 단서는 실제 전승되어 온 기술의 구조에 있습니다. 연재 3편에서는 1940년 당시의 신문 기록을 바탕으로, 민둥씨름이 단순한 장난이 아닌 정교한 무예 체계였음을 학술적으로 분석합니다.
■ 1940년 사료 속 ‘씨름 4대 기본형’

1940년 4월 30일자 조선일보 등 당시 사료에는 조선 고유의 경기인 씨름의 기술을 네 가지 기본형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기술들이 오늘날의 샅바씨름보다 훨씬 넓은 범주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분류 | 주요 기술 내용 | 민둥씨름과의 연관성 |
| 배재기형 | 들배재기, 궁둥배재기, 둘웅배재기 | 상대를 들어 올려 중심을 뺏는 핵심 기술 |
| 거리형 | 안낙걸이, 밧낙걸이, 덕걸이 | 다리를 걸어 밀거나 당기는 하체 제어 기술 |
| 치게형 | 들치게, 혹치게, 발등치게 | 발을 이용해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기술 |
| 손잡이형 | 안무릎, 박갓무릎, 덥치게 | 상대의 다리를 직접 잡는 기술 (민둥씨름의 핵심) |
■ ‘손잡이형’ 기술: 민둥씨름의 결정적 증거
위 분류 중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정(丁), 손잡이형’입니다. 안무릎, 바깥무릎, 덮치기 등으로 구성된 이 기술군은 상대의 다리에 직접 손을 넣어 중심을 잃게 하거나 당겨서 메치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현대 샅바씨름에서는 샅바를 잡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 기록은 상대의 신체를 직접 움켜쥐고 제압하는 방식이 씨름의 정식 기술 체계 안에 엄연히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샅바라는 도구가 없어도 완벽한 공방이 가능한 민둥씨름의 실전적 구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일제강점기 촬영 된 민둥씨름, 상대방의 신체를 직접 붙잡는다.
■ 기술의 본질은 ‘도구’가 아닌 ‘중심’

구한말 기산 김준근 민둥씨름
1940년의 기록은 씨름의 기법을 설명하며 “양방이 좌체자연체로 손과 다리에 샅바를 걸고 시작한다”고 명시하면서도, 기술의 상세 설명(종류 설명)에서는 상대의 중심을 빼앗아 메치는 원리를 강조합니다.
- 둘배재기: 적을 번쩍 들어 중심을 빼앗아 메치는 것
- 안낙걸이: 적의 다리 안으로 걸어 밀거나 당기는 것
이러한 설명들은 샅바가 기술의 편의를 돕는 보조 도구일 뿐, 기술 그 자체의 본질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즉, 샅바를 매지 않은 민둥씨름 상태에서도 위 4대 기본형의 모든 기술은 그대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
■ 제도화 과정에서의 ‘선택과 배제’
당시 조선씨름협회는 전국의 다양한 씨름 방식을 ‘왼씨름’으로 통일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기 규칙의 명확성을 위해 샅바 착용이 표준화되었고, 상대의 신체를 자유롭게 잡던 민둥씨름식 기법들은 점차 ‘반칙’ 혹은 ‘비주류’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민둥씨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대 씨름의 기술적 모태가 되었으나 경기화라는 제도적 틀 속에서 잠시 가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 편 예고]
제4편: 개성에서 이어진 전승의 맥, 송창렬과 오진환
전통무예 ‘수박’과 ‘민둥씨름’의 교차점, 그리고 송준호 회장이 추적한 개성 지역의 전승 계보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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