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방 공동체 신체문화의 문화사적 의미

임홍택
전 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교수
역도산(김신락)은 오늘날 일본 프로레슬링의 상징적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함경남도 홍원 출신이라는 사실과, 그의 성장 배경이 한반도 북부 지역의 전통 신체문화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전통사회에서의 신체문화는 오늘날처럼 스포츠, 무예, 놀이, 춤, 공동체 의례가 명확히 구분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함경도와 평안도 등 북방 지역에서는 공동체 기반의 씨름, 손치기, 몸 운용 중심 놀이 및 신체활동이 생활문화와 결합된 형태로 전승되었던 사례들이 구전과 지역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최근 일부 연구자들과 전통문화 실천가들 사이에서는 역도산이 생전에 남긴 손기술 관련 언급과 함경도 지역 신체문화 사이의 문화적 연관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를 단순한 기술 계보나 직접적 전승 관계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지역사회에 존재했던 신체문화 환경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충분한 학술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함경도 지역에서는 오늘날 ‘민둥씨름’으로 불리는 샅바 없는 형태의 씨름 문화와 손치기 중심 움직임이 함께 존재했던 기억들이 일부 공동체 전승 속에 남아 있다. 이는 한국 전통 신체문화가 단일 종목 중심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환경 속에서 복합적으로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
오늘날 수박과 같은 전통 신체문화는 제한된 공동체와 일부 전승자들에 의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해외 한인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통해 일부 움직임 문화와 신체 표현 양식이 전승된 사례들도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도산이라는 인물을 단순히 프로레슬링으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성장했던 함경도 지역의 전통 신체문화 환경과 함께 재조명하는 작업은 한국 전통 신체문화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전통 신체문화는 단순한 스포츠 기술이 아니라 공동체 기억과 시대 경험, 인간 움직임의 문화사적 흔적을 담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북방 전통 신체문화에 대한 기록과 국제적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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