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가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밀라노에서 2026년 차기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 프랑스는 2024년 파리하계올림픽 개최국이기도 하다. 어쨌든 유럽연합(EU) 차원의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은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베이징올림픽 거부에 동참을 선언한 나라는 미국 중심의 세계 주도, 팍스아메리카나를 함께하고 있는 영미권 국가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다. 최근 대만과 수교하여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리투아니아를 포함하면 현재는 미국까지 포함하여 여섯 나라다.
일본은 해양국가로서 팍스아메리카나의 흐름에 궤를 같이 해왔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대만 안보문제를 포함하여,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이나 재무장 추진에 큰 구실이 되어주고 있기도 하다. 적절한 형태의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동참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미 기시다 내각은 불참 검토를 공언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보이콧 불참을 표명하면서 중국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는 규탄 받아야 하지만 ‘아주 작고 상징적인 조치들을 취하기 위해서 올림픽이라는 주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국제올림픽헌장을 지키겠다고 했다. 파리하계올림픽을 의식했건 안했건 간에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한다는 게 올림픽의 기본 정신인 점에 비춰 보면 프랑스의 입장이 비난받기는 어렵다. 스포츠 교류는 국가 간 갈등이 더 큰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마지막 안전판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에 대해 현재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하며 아직은 ‘정부 대표단 참석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한다. 현재까지의 공식입장인 것 같다.
우리는 중국과 안정적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 당장 경제적 측면에서 그렇고 정치·외교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작년만 해도 미국과 일본을 합해서 1000억불 정도 우리가 수출했는데 중국에는 1300억불 넘게 수출했다. 무역흑자도 200억불을 넘는다. 현 단계에서 한중 간에 정치적 문제로 경제적 충돌이 발생할 때 중국도 피해를 보겠지만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이 전혀 의도치 않았던 최근의 요소수 파동을 생각해보자.
한반도 안정과 평화유지에도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유지는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비핵화라는 큰 과제들을 안고 있다. 중국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미동맹의 본질은 남북관계의 안정과 평화 유지, 나아가 한반도 안정과 평화 유지다. 우리와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는 결코 한미동맹과 배치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끝을 예측하기 어렵다. 외견상 무역 갈등, 첨단기술 경쟁, 해양 갈등과 대만문제, 인권문제, 급기야 올림픽 보이콧 논란까지 다양한 모습이다.
그러나 본질은 ‘투키디데스’식 갈등으로 평가된다.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가질 수밖에 없는 갈등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핵무장과 경제력에 비추어, 상호공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미중 간에는 일정한 타협도 불가피하다. 적절한 공존 지점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균형 잡힌 중국과의 관계, 동북아 안정을 위한 역할은 이 타협점에도 기여할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을 한 방편으로 생각한 종전선언이 무망하게 된 지금, 중국이 우리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공동초청하지 않는 한, 미국의 보이콧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대통령이 직접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각료급 참석보다는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위해 국무총리 참석이 더 바람직할 듯하다.
심재권 페이스북/ 인간의 존엄과 평화 한반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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