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큰 머슴, 전 극동대학교 조환동교수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통령(大統領), 자유(自由), 민주주의(民主主義), 자본주의(資本主義), 국민(國民), 정치(政治), 사회(社會), 민족(民族), 대학(大學), 총장(總長), 미술(美術), 과학(科學), 산술(算術), 기술(技術), 철학(哲學), (국채國債), 담합(談合), 언론(言論), 방송(放送), 신문(新聞), 출판(出版), 개념(槪念), 우익(右翼), 해방(解放), 비평(批評), 영토(領土)’ 등 거의 대부분의 단어는 일본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찌기 문호를 개방하여 서양 문물을 받아들일  당시, 일본에는 이러한 영어 단어에 적합한 말이 없었기 때문에, 한자를 빌어 위와 같이 새로운 어휘를 만들었던 것이다. 후에 이러한 어휘들은 중국과 우리나라에 전파되었다.

미국의 ‘President’를 ‘대통령(大統領)’이라는 말로 번역한 것은 1881년 이었다. ‘大統領(대통령)’이라는 말은 일본의 봉건적 세계관이 들어있는 말인데, 이를테면, ‘大(크다, 많다, 넓다), 統(거느리다, 다스리다), 領(거느리다, 다스리다, 통솔하다)’의 의미로 구성되었다.

원래 ‘President’는 ‘의장 또는 대표’ 등으로 번역되어야 마땅했다. 회의가 시작될 무렵이면,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참석해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들어와, 미리(Pre) 정해진 자리에 앉으면서(sid), “모두 앉아서 이제 회의를 시작하세 !,” 라고 말을 했다. 여기서 이 회의를 주재할 의장을 맡을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임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겠다.

그래서 ‘President’는 ‘Preside'(의장을 맡다. 주재하다)와 ‘ent'(사람)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즉 ‘앞에 앉아 있는 사람, 회의 주재자’ 정도의 뜻인 미국의 ‘President’였던 것이다. 그러나 봉건시대의 황제나 임금에게나 붙여질 수 있는 ‘크게 거느리고 다스리는 사람’의 의미인 ‘大統領(대통령)’으로 둔갑되고 말았으니, 이는 잘못된 번역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대통령(大統領)들은 왕왕 국민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고, 주권자인 국민을 함부로 대하는 등, 主客顚倒(주객전도)의 현상을 보였나 보다. ‘大統領(대통령)’이라는 명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호칭이 분명하다. 그러니 국민의 公僕(공복)에 적합한 이름으로 바꿔야 하겠다. 맡은 직무를 정확하게 함축적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필자는 ‘大僕(대복)’으로 개칭함이 적합하다고 본다. ‘대복’은 ‘큰 머슴’이라는 뜻이다.

이왕에 명칭에 관해 말이 나왔으니, 몇 가지 잘못된 말들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우선, ‘長官(장관)과 次官(차관)’은 ‘부장과 차장’으로 고치면 좋겠다. 또 공무원의 직급명인 ‘主務官(주무관), 事務官(사무관), 書記官(서기관), 理事官(이사관), 管理官(관리관), 補佐官(보좌관), 秘書官(비서관)’ 등은 ‘담당자’로 바꿔야 한다. 官(벼슬, 섬기다)자는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 권위적인 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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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知事(도지사)’는 ‘道長(도장)’으로, ‘郡守(군수)’는 ‘郡長(군장)’으로, ‘區廳長(구청장)’은 ‘區長(구장)’으로 바꿔, ‘市長(시장)과 邑長(읍장)’ 그리고 ‘面長(면장), 洞長(동장) 등’과 그 명칭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檢察總長(검찰총장)’은 ‘檢察廳長(검찰청장)’으로 바꿔, ‘警察廳長(경찰청장)’과 명칭을 동일하게 맞추고, ‘大學總長(대학총장)’은 ‘교장’으로, ‘적십자사총재’는 ‘사장’으로,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총재’는 ‘은행장’으로 바꾸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國務總理(국무총리)’는 ‘국무부장’으로, ‘국회사무총장’은 ‘사무장’으로 바꾸면 된다. 總(거느리다, 총괄하다)과 裁(마르다, 억제하다, 재량하다) 그리고 理(다스리다, 바루다) 자, 역시,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국민에게 거부감을 주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대학총장’을 ‘교장’, ‘장관’을 ‘부장’이라는 명칭으로 사용한다.

‘校監(교감)’은 ‘부교장’으로, ‘敎育監(교육감)’은 ‘교육장’으로 변경함이 소망스럽다. 監(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다, 감시하다) 자도 실제 직무 내용과 맞지 않거니와 비민주적인 글자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 세뇌된다. 그러기에 정확한 명칭과 호칭이 중요하고, 글 안에 함유된 뜻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한글 專用(전용)을 오래 하다보니 여러 직무의 명칭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고, 그래서 無心(무심)하게 사용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이는 전적으로 정부에서 국민에게 漢字(한자) 사용을 막고 있는 탓이다. 이는 愚民化(우민화) 책략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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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ost was last modified on 2021년 10월 21일 11:18 오후

Categories: 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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